<Tidy First = 코드 정리 먼저 하기?> 이후에도 한국말다운 표현을 찾는 노력은 계속해야 했습니다. 다음 포기말[1]에서 'messy'가 결정을 하게 재촉합니다.
I have to change this code, but it’s messy.
Messy ... 엉망, 지저분하다
초안 번역은 '엉망진창'으로 했는데, 구글 검색으로 확인한 빈도수와 표준국어대사전의 뜻을 찾아보며 최종적으로 '엉망'으로 바꾸기로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지저분하다'의 풀이에 등장하는 '정돈'이란 단어가 <Tidy First = 코드 정리 먼저 하기?> 에서의 결정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사실 번역하는 동안 '정리'와 '정돈' 사이를 오갔습니다.
정리와 정돈의 상관관계
그리하여 사전에서 두 낱말의 뜻을 찾아봅니다. 제가 해석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정리에는 '理(다스릴 리)'가 있는데, '理致'와 '道理' 따위에 쓰이는 한자입니다. 그리고 정리의 풀이가 '되게 함'으로 끝난다는 점에서 다스려서 어떤 상태가 되게 하는 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정돈을 '바로잡아 정리함' 즉, 다스리는 기술이나 방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초에는 Tidy First와 같이 프로그램 작동을 위한 코드 작성이 아니라 구조 개선을 위한 일은 '정리'로 쓰기로 합니다. 반면, 뒤에 나올 tydings는 주로 기법이므로 이때는 '정돈'을 쓰는 것으로 했습니다. 그런데, 번역을 통합하여 읽어보니 정교한 구분이 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다른 말이 쓰이는 부분이 더 헷갈리게 느껴져 결국 '정리'로 통일을 했습니다.
형용사의 구분은 덜 중요하다
그리고 messy가 여러 번 나오자 이를 '엉망인'으로 쭉 나열하는데 '지저분한'도 같이 쓰고 싶은 충동이 들었습니다. 편향일 수도 있지만, 같은 단어를 자주 쓰면 중요한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관계 그리고 활동 in 인간관계
다음으로 등장한 따져 묻기를 요구하는 포기말입니다.
Software design is an exercise in human relationships
처음에는 'exercise'에 대해 '연습, 훈련, 활동 중에서 무엇을 택하느냐?'의 문제로 보았습니다. 그런데, 'in human relationships'는 exercise의 맥락을 한정하는 구절입니다. 그래서 다시 human relationships에 해당하는 한국말에 대해 빈도 조사를 해 보았습니다.
인간관계가 대인관계에 비해 페이지 숫자로 다섯 배 이상 많았지만, 위키백과의 경우는 대인관계를 인간관계 페이지로 포워딩했습니다. 둘은 같은 뜻이지만 '인간관계'의 대표성을 인정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exercise는 네이버 영어사전 풀이의 도움으로 운동이나 연습보다는 활동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몸을 써서 하는 동작은(exercise) 특정 결과를 가져오기 위한 활동[일]으로 봐야지 기량을 닦기 위한 연습이나 훈련이 주된 목적이라 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내친김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활동의 뜻도 찾아보았습니다.
인간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활동
in을 기계적으로 '의'로 번역하려고 하다가 '혹시' 하는 마음에 빈도 조사를 했습니다. 언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데이터에 근거해서 '인간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활동'이라는 표현이 분명 (상대적으로) 한국말 다운 표현이구나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번역을 수정합니다.
주석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장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